4. MUSICUS ! 게임2020. 8. 22. 19:00

 

 

 

 

 플레이타임은 약 20시간 미만.

 세토구치 렌야의 시나리오이자 OVERDRIVE 마지막 작품. 특이하게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충당했는데, 쇠락해가는 업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만감이 교차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일본 크라우드 펀딩 사상 최고액(1억 3천만엔)을 달성했다고 하는데, 그 나름대로 코어한 팬이 있는 제작사의 마지막 작품에 세토구치 렌야라는 그야말로 마니악한 팬들을 거느리고 다니는 라이터의 작품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새 에로게는 전혀 안하는 나도 세토구치가 썼다는 소리에 하기로 했으니까. 

 

 키라키라부터 스완송 카니발 순으로 했었는데, 이번 뮤지쿠스까지 세토구치 특유의 테이스트는 명불허전이다. 화면 전체를 가리는 텍스트의 폭풍에 의식의 흐름 가는대로 쓴 것 같은 심리묘사, 마냥 밝지도 않은 처절한 이야기, 트루보다 인상깊은 노말(혹은 배드)엔딩 등등. 이전작들에 비해 플레이타임이 그리 길지는 않고, 루트도 오자키 야코, 하나이 미카즈키, 코우사카 메구루, 그리고 배드엔딩 취급인 스미까지 총 4개인데 메구루는 거의 곁다리 느낌이니 3개밖에 없다. 선택지도 많지도 않아서, 캐릭터에 대한 호감으로 루트가 갈린다기 보다는 주인공인 츠시마 케이의 인생에 대한 결정을 하다보니 캐릭터가 따라오는 느낌. 그래서 루트별 낙차가 굉장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현실미가 있는 오자키 루트가 제일 좋지만, 역시 꿈이 있는건 미카즈키 루트려나. 근데 배드엔딩 루트를 먼저 해버리다보니 아무리봐도 삐끗하면 그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을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입장으로 보면, 의사를 집어치고 불안정한 연예계에서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음악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다.

 

 미카즈키 루트는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 느낌이고, 메구루 루트는 아무것도 결말이 나오지 않았으며, 배드엔딩인 스미 루트는 논할 것도 없다면 제일 밸런스가 좋은건 역시 오자키 루트. 인디즈에서 메이저로 넘어가서 각종 활동을 하면서 정신이 피폐해지고 이런저런 사건에 치이는 것보단, 야간학교의 동료들과 문화제에서 즐겁게 밴드하고 감동을 얻는게 훨씬 일반적인 에로게다운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오자키가 울면서 노래부르는 CG에선 조금 감동하기도 했고. 일단 오자키라는 캐릭터가 너무 착하고 기특해서 좋았다. 뭐, 다른 캐릭터가 별로라는 얘기는 아니고. 오히려 비쥬얼적으로는 메구루가 제일 취향이고, 미카즈키는 조금 멘헤라적인 느낌이 있지만 케이쿤상! 하는 모습이나 얘기하는 모습이 귀엽긴 했다. 조연에 가까운 쿠루미나 쿄우카나 좋은 캐릭터들이 많았는데, 볼륨적으로 더 늘리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진하게 든다.

 

 키라키라가 벌써 13년 전이고, 스완송은 15년 전, 카니발은 16년 전. 뭐, 발매당시에 플레이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10년은 훌쩍 넘어가는 게임들이 아직도 생생한 걸 보면 세토구치 특유의 이 텍스트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정말 오랜만에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만족했다. 글쎄, 뭐랄까, 엄청 특출나게 뛰어난 스토리는 아니지만, 일련의 스토리 흐름에 와닿는게 있었달까. 하나이 코레키요와의 만남부터 음악을 시작하고, 고뇌하고,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가지는 그 스토리가 좋았다. 연애가 이야기의 메인이 아닌 점도 좋았고. 

 

 음악은 대체적으로 좋은듯. 제일 좋은 건 Calling이나 우리의 키라리가 부른 Everlasting. 뭐, 키라키라정도로 엄청 듣고 다닐 정도로 좋을 정도는 아니지만, 여하튼 좋다. 원화도 뭐 아주 좋은 편이고, 부족한 건 볼륨뿐. 그나저나 왜 홈페이지든 어디서든 성우 공개를 안해둔거지. 하도 게임을 안해서 요새 성우는 잘 모르겠는데, 다들 목소리도 좋고 연기가 괜찮은 편이었다. 미카즈키 성우는 진짜 궁금한데. 그나저나 세토구치는 이걸로 진짜 끝이려나. 시나리오 더 안쓰나? 2008년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무슨 활동을 하는지. 소설도 잘 안쓰는 것 같고. 그냥 쉬기엔 너무 아쉽다. 아쉬워하는 사람이 나 한 사람은 아닐텐데.

 

 최근에 13기병에 로보노츠에 솜니움, 그리고 뮤지쿠스까지. 텍스트게임을 꽤나 했는데, 느낌적으로는 나쁘지 않아서 옛날 게임들이나 좀 건드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7~2009년 사이에 왕창 했던 이후로 정말 간간히 할 뿐이어서, 근래에 유명한 것들은 하나도 안했지만... 사실 땡기는 게 없기도 했다. 신소우노이즈랑 레리프정도인가. 두 개는 재밌긴 했는데, 이런 게 잘 안나오는게 문제. 뭐, 여튼 뮤지쿠스, 재밌었다. 좋은 게임이었다. 한글패치도 있는데다 전연령버젼도 있고 접근성도 좋으니 트라이 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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